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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나만의 인생영화 17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2003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사실, 이 영화는 한국어로 만든 제목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한국제목 빼고는 다 훌륭했던 영화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2003년에 나온 작품으로, 대부 감독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각본도 '소피아 코폴라'가 썼는데, 거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면서 쓴 시나리오라 봐도 무방합니다. 이건 '소피아 코폴라' 자신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캐스팅도 매우 좋았는데, 우리에게는 친숙하며 1980년대 대표스타 '빌 머레이'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이 투톱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보면은 호 불호가 갈리는 분위기입니다.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지만은 조용하면서 유유히 흘러가며 의미있고 계속 생각이 나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빌 머레이'는 흥행력있는 스타이며, 코미디 장르에 강한 남자배우입니다. 198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상배우였습니다. 유쾌한 이미지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 따분함과 외로움. 그리고 상대방을 격려하는 포용감있는 캐릭터를 아주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오히려, 연배가 깊어지면서 이런 훈훈한 모습이 더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남편이 있어도 외로움이 묻어나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어필하지도 못하는 외로움이 묻어나있는 연기를 잘 소화해냈습니다. 이상하게 연기를 잘해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후보에 올랐지만, 유독 아카데미에서는 후보에도 탈락되는 아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느낌있는 영화입니다. 뭔가에 대한 강력한 의미를 가지거나, 엄청난 메세지를 선보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통부재에 대한 그리고 관계에 관한 영화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외로움과 빌 머레이의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서로 채워주면서 포용해나가는 인연같은 이 영화는 로맨스영화라기 보다는 그저 인간관계에 관한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강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 이별하면서 느끼는 그 모습이 어찌나 기억에 남던지, 제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만점 영화였습니다. 계속 되뇌이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또 마지막 빌머레이가 스칼렛 요한슨에게 귓속말로 무슨 말을 했으며 떠나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한 분위기이며, 대사가 많이 적은 편의 영화입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외로움을 채워주는 이 둘의 우연적인 만남과 서로에 대한 눈빛.. 그리고 서로 잘맞는다는 행동들이 더 모습을 잘 비춰줍니다. 연령대에서는 서로 나이의 격차가 크지만은, 무언가 서로서로 조금씩 알아가면서 맞춰가게 되고. 서로 나랑 잘맞는다라는 느낌이 형성됩니다. 

 

 정이가는 모습.. 그런 모습이 뭔가 서로를 치유하고 추억에 남기는 부분이었다고 할까나요? 서로간의 공백을 채워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타국인 일본에서 서로 조금씩 의지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극 중 노래 선정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랑보다는 나와 맞는다는 친구같은 모습으로 저는 이 영화를 관람하였습니다. 정작 로맨스였다면, 이 영화는 불륜미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이 둘은 좋게 이별을 했습니다.)

 2003년 작품인 이 영화는 메이저 시상식에서 많은 후보에 올랐으며, 아카데미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였고, 작품상-남우주연상-감독상 등 주요부문에 후보에 올린 작품입니다. 소피아 코폴라는 이 영화 이후로도 늘 이런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어냈지만, 실패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소피아 코폴라의 최고 작품이지 아닐까 합니다. 

 

 뭐라고 확실히 말은 못하겠지만,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느끼는 이 허탈한 모습의 두 남녀가 서로 이해하며 채워가는 이 감정선들이 너무 훌륭했습니다. 빌 머레이가 스칼렛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둘다 좋게 헤어질 때의 모습은 상당히 명장면이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