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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나만의 인생영화 49편: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9

2009년에 아바타에 맞선 대단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전쟁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일 중독성을 소재삼아 그려내는 묵직한 메시지를 영화로 만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라는 작품입니다. '허트 로커'는 소규모로 개봉하였고, 연말에 개봉하지 않은 2009년 중반기에 조용히 북미에서 개봉한 작품입니다. 

 

 "전쟁은 마약과도 같아서 중독되는 것" 초반부터 이 영화는 이런 문구를 삼아서 영화의 메시지를 살포시 내밀게 됩니다. 중독... 

 주인공으로 나온 제임스 캐릭터는 이 영화의 하나의 중독되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일에 집중하는 것. 자신의 일을 재밌어하는 것. 전쟁이라도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 이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내어 있습니다. 인간미 없기는 하지만, 뭔가 하나에 미쳐있는 모습을 조용히 소화해 낸 제레미 레너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일 중독이라는 것은 한가지에 격하게 몰입되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제임스라는 캐릭터에 몰입되어서 봤는데, 후반부 즈음에 아내와 만나고, 집에서 시간을 따분하게 보낸 뒤에, 자신의 아들인 갓난아기에게 속삭이면서 하는 대사가 아직도 너무 인상 깊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네가 조금 더 클 때, 이 장난감들이 그저 스프링클러나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것뿐이 안 되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넌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게 되겠지. 나의 관심은 오직 단 하나일 뿐이야" 

 

 자신의 일에 대한 과한 몰입을 여실히 보여주는 저 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기분도 이상하게 하고, 뭔가 슬퍼지는 대사였습니다. 전쟁에서 일하는 군인이고 자신의 일을 즐기고 충성스럽게 일하지만은, 그 외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의욕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제임스라는 캐릭터에게 다소 슬픈 감정이 들더군요. 

 

 저는 캐릭터 기점으로 봤지만, 많은 분들이 더 이 영화를 선호하는 점은 리얼리티함과 긴장감이라는 것입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기술적인 비주얼 효과나 많은 예산을 투입한 영화는 아니지만은, 장면 하나하나마다, '이라크' '전쟁'이라는 소재로 긴장감을 현실감 있게 만들어 냈습니다. 

 

 허트 로커라는 작품으로 제레미 레너는 일약 스타덤으로 오르며, 그간 조연 생활이었던 영화 경력에서 주연급 배우로 급상하게 되는 발판이 됩니다. 더군다나, 묵직한 작품의 주연일 뿐 아니라, 마블 영화의 호크 아이라는 캐릭터로도 캐스팅되면서 상업성 영화에서도 그 인지도를 더 키우게 됩니다. 

 

 아마도 2010년대부터 급상승하면서 정상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허트로커 그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은 작품성도 뛰어나고 흥행도 성공한 영화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그만큼, 제레미 레너에게는 허트로커라는 작품이 인생의 성공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타내는 작품이 되어버렸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남자 배우 중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로 인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연기도 잘하고 얼굴도 준수한 배우기도 하고요. 

 

 허트 로커는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으로 속하는 1500만 달러의 소규모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부터 극장 개봉관 수가 적어서인지 몰라도, 큰 흥행을 못했지만, 소규모 극장 개봉에 반해, 1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은 넘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2000년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품 중 가장 낮은 흥행 수익일 듯)

 

 아카데미에서는 무려 9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효과상 등등 총 6개 부문을 수상한 2009년 최고의 영화라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 솔직히, 호 불호가 갈리는 영화지만은, 저에게는 10점 만점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일단 메시지도 좋았고, 그 메시지를 이해시키고, 감동시켰거든요.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은, 그전까지 부부였던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과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같은 해 시상식에서 감독상에서 경합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아카데미에서 결국 부인이었던 캐서린 비글로우 승리하면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중독.. 한 가지에 대한 몰입.. 그 외에는 관심 없음.. 한 가지에만 의존하고 한 가지 만을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다소 동정스러운 면이 보이는 씁쓸함. 화려하지 않고, 메시지의 진정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매우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